서로 이름을 불러서는 안되는 한국의 이상한 호칭문화
사람들은 누구나 이름을 가지게 된다. 이름이야말로 서로를 지칭할 수 있는 가장 중립적이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단어이다. 그런데 서로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이 이름을 부르면 무례함이 되는 나라가 있다. 한국사람들은 이름 대신에 나이, 직급, 서열에 따라 정해진 수많은 호칭으로 서로를 지칭해야 한다.
호칭 중에 평등한, 수평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것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전 국민이 1월 1일 한낱한시에 나이를 먹으며 이러한 나이 1살 차이로도 서열이 생기고 감히 함부로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사이가 되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유치원,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조차도 서로의 나이에 따라 형, 누나, 언니, 오빠 같은 호칭을 엄격히 사용해야 하며 6살이 7살에게 ‘ㅇㅇ아’ 하고 이름을 부르는 것은 예의없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유아기부터 나이에 따른 서열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며 자라나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 사이에서도 다른사람을 이름으로만 부르는 것은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거나 또는 친구 사이일때만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한국에서의 친구란 다른 나라처럼 단순히 자신과 친한 사람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친구란 ‘동갑’을 의미한다. 이런 호칭문제는 어른이 되면 더 복잡해진다. 한국에서 사람 둘이 처음 만났을때 이름만 물어보는걸로는 충분하지않다. 서로 나이를 물어보고 ‘서열정리’ ‘호칭정리’를 해야한다.
물론 한국에도 성인들끼리 이름에 붙여서 사용할 수 있는 ‘ㅇㅇ씨’ 라는 호칭이 있다. 문제는 이 호칭의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나와 직급, 나이가 동등하거나 더 아랫사람에게만 쓸 수 있으며 높은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함부로 ‘ㅇㅇ씨’ 라고 하면 상당히 무례하게 여겨진다. 즉 한국에서 윗사람은 이름을 사용해 불러서는 안되는 존재인 것이다.
서로 나이에 상관없이 이름을 자유롭게 부를 수 있는 서양의 경우(좀더 정중하게 부를 때는 Mr./Mrs. 등을 붙인다)가 아니더라도 일본만 해도 ‘~상’ 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름으로 서로를 지칭할 수 있다. 이웃에 사는 아이와 아저씨가 ‘~상’으로 서로를 부르는 식으로 말이다.
어느새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지 불편한, 불평등한 관계를 만드는 한국식 수직적인 호칭문화대신 수평적 호칭을 사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먼저 대학교나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여러 시도를 하고있다. 수직적인 호칭인 ‘ㅇㅇ선배’, 형누나오빠언니, 직급이름 등등을 대신에 ‘ㅇㅇ씨’ 또는 ‘ㅇㅇ님’과 같은 수평적인 새로운 호칭을 쓰려는 시도이다. 또한 친척간에도 서열/성차별이 있는 호칭 대신에 서양처럼 서로 이름을 이용해 ‘ㅇㅇ씨’로 부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반응은 우리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무례하다, 정이 없어 보인다 등등의 의견도 있다.
한국식 호칭문화는 다른 사람을 그 사람 자체의 이름으로 부르는 대신 나와의 관계속에서 지칭해야 하는 유교문화의 산물이다. 서로 이름을 부르는게 정이 없거나 무례하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유교식 수직적 문화 대신에 수평적인, 서로를 더 존중하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해야한다.
한국식 호칭문화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자유롭게 쓸만한 2인칭 대명사가 없다는 것이다. 영어의 you에 해당하는 한국어에는 너, 당신이 있다. ‘너’는 아주 친한 사이나 나이가 어린사람에게만 쓸수 있으며 ‘당신’도 무례한 느낌을 줘서 함부로 쓰지 않는 말이다. 아직 이름과 나이도 모르는, 아무 사이가 아닌 사람을 부르기 위해서는 ‘저기요’ 등으로 돌려 말해야된다.
한국식 나이 또한 계속 논란이 오고가는 문제이다. 태어난 날이 다 다른데도 1월 1일에 모두가 함께 나이를 먹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러한 한국식 나이는 단 한살 차이로도 서열을 나누고 호칭을 정해야 하는 한국사람들의 특징에 기반한다. 한국에서조차 공식적인 문서에서는 만 나이를 사용하는데 사람들끼리는 한국식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것에 대해 번거럽고 불편하기만 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식 나이 대신 만 나이를 사용한다면 한 학년 내의 친구들끼리도 서로의 나이가 다 다르며 나이를 먹는 날짜또한 달라진다. 나이 한살 두살 차이를 칼같이 따져가면서 윗사람, 아랫사람, 친구를 정하는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