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아이돌 산업에 대한 불편한 진실

헤테카 2023. 5. 28. 17:29

  사람들이 아이돌에 대해서 제일 잘못 생각하는 게 뭐냐면 '팬들이 유사연애를 하지 않으면 아이돌이 연애를 자유롭게 해도 인기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현실은 완전히 반대이다. 아이돌이 연애나 결혼을 하고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연애나 결혼으로 인기가 떨어지거나 망한 그 상태로 있어야 된다. 사람들이 이 개념을 왜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돌의 능력치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만약 그 아이돌이 처음부터 연애를 대놓고 하는 상태로 나왔어도 지금의 인기를 가질 수 있었겠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사연애라고 하면 오로지 연애 감정으로 망상하는 팬질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이돌의 캐릭터성과 환상을 이용해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며 덕질하는 관계로 포괄적으로 생각해야 된다. 다시 말해서 연애 감정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팬덤의 코어력과 아이돌에 대한 통제 심리는 비례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특정 연예인을 철저하게 외모랑 이성적인 매력으로만 좋아하고 매일 남친이라고 망상하는 팬이 있더라고 하더라도 돈을 쓰지 않고 유튜브로 영상이나 열심히 찾아보는 정도라면 오히려 그 팬은 아이돌의 연애에 대해서는 별 타격이 없고 관대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실제로 젊은 배우들은 이성적 매력이 중요한 셀링포인트지만 코어 덕질을 하는 팬덤이 타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돌에 비해 연애에 있어서는 훨씬 자유롭다. 자신의 덕질이 유사육아, 인생응원이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수십, 수백 정도는 아깝지 않게 쏟아부을 수 있는 코어팬덤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아이돌이 사생활에 있어서 쿨하지 못한 사람이 된다. 아이돌 산업은 이러한 과몰입 팬들의 충성심을 얼마나 잘 형성하고 이용할 수 있는가를 두고 경쟁하기에 다른 음악 분야에 비해 비대해지는 것이 가능했다.
 
  대중들은 아이돌이 연애, 결혼이나 그 밖의 '일반 가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인해 타격이 클수록 아이돌을 동정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문제가 없는 일로 인기가 떨어질수록 그동안의 인기와 커리어에 있어서 음악이 아닌 것이 기여하는 지분이 컸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돌의 자유연애를 응원한다면 아이돌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정적 시선과 성역화보다 오히려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으면 본인이 능력만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연예인이 되면 된다. 아이돌은 원래 팬덤 장사 중요하기는 하지만 대중성의 중요성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분위기는 장기적을 봤을 때 절대 옳은 것이 아니다.
 
  서양에 비해 유독 동아시아에서 아이돌 그룹 문화가 발달한 것도 팬들이 아이돌을 통제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허용되느냐 아니냐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성으로만 이루어진 아이돌 그룹이라는 형태 자체가 폭발적인 팬덤 화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겉보기상으로라도 이성으로부터 단절된 상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들의 제일 재미있는 점은 아이돌만이 가지는 이런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특징들로 인해 사람들이 아이돌에게 편견을 가지는 것은 싫어한다는 점이다. 아이돌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팬들에게 지켜야 될 규칙을 존재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다른 예술가들이랑 다를 바 없는 아티스트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아이돌의 연애를 싫어한다고 해서 아이돌을 상품으로만 보는 단순한 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