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관능적 경탄과 아이돌 덕질
헤테카
2023. 12. 9. 20:16
마광수가 생각한 진정한 사랑에 대한 재미있는 에세이가 있는데 부분 부분 발췌해 보자면 대락 이런 내용이다.
진짜 사랑은 ‘관능적 경탄’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첫눈에 보고 반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학벌이 어떻고, 집안이 어떻고, 직업은 무엇이고, 성격은 어떤가 따위의 문제가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즉, 상대방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게 되는 이성은 ‘진짜 사랑’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아무래도 선입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소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에 배고픈 상태’를 전제하는 것이므로, 관능적 열정에 의한 순수한 직관이 불가능하다.
‘관능적 경탄’은 시각에 의존한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어 보니 감칠 맛이 나더라’나 “상대방과 키스를 해보니 뿅 가게 되더라”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첫눈에 보고 반하는 사랑은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경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외모’에는 얼굴뿐만 아니라 키, 헤어스타일, 화장, 옷차림 등이 다 포함된다. ‘첫인상’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첫인상이 모든 연애의 성패를 좌우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우연히 만나 동시에 첫눈에 반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그런 경우가 자주 등장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대개의 연애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홀라당 반해버리는 형태로 시작된다. 따라서 엄밀히 따져 말하면 진짜 연애는 오직 짝사랑뿐이다. 한쪽은 지극정성으로 구애하며 사랑을 하소연하고, 다른 한쪽은 차갑고 냉소적인 눈길을 보내는 상태가 가장 연애다운 상태다. 상대방의 지극정성에 감복하여 사랑을 받아주면 연애는 그 즉시 끝난다.
아니, 그런데 읽다보니 이거 완전 이성 연예인 덕질(동성애자면 동성 연예인) 얘기 아니냐? 특히나 아이돌 덕후들 말이야.
시각적인 것에 대한 관능적 경탄과 이루어질 수 없는 한쪽의 일방적인 열망...
이렇게 따지면 아이돌 덕질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인가?
보통 돈과 시간을 열심히 갈아 넣는 수준의 덕질은 여자팬-남자아이돌 관계에서 압도적으로 많으며 스스로 유사육아라고 칭하는 경우도 대상이 이성 아이돌인 경우가 훨씬 많다.
나는 아무리봐도 여자들이 관능적 사랑에 대한 갈망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하니까 반대처럼 보이는 것뿐이지.
인용글 전문
<연애에 대하여> - 마광수
연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연애를 위한 연애’이고 다른 하나는‘진짜 사랑에 빠져서 하는 연애'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물론 정신적인 사랑이 아니라 관능적인 사랑을 가
heteka.tistory.com